공짜란 단어에 속아 망가지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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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그림출처: 서울 강남경찰서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학원가 일대에서 마약 음료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기억력을 높이고, 집중력 강화에 좋다며 시음해 보라며
학생들을 속여 ‘메가ADHD’라고 적힌 음료를 먹였습니다.
실제로는 마약이 든 음료였고,
범인들은 피해 학생의 부모를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습니다.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지 않냐”라면서요.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이후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마약류 검사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엑스터시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1병당 무려 3회 분량의 필로폰이 검출되었는데,
마약 투여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정신착란이나 기억력 상실, 심각한 신체 손상과 같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정도의 양이라고 합니다.
필로폰으로 인한 뇌 손상
필로폰(Philopon).
흔히 히로뽕이라고도 하는 마약의 하나입니다.
무색 결정 또는 흰 가루로, 냄새가 없으며
얼음처럼 생긴 결정 탓에 아이스라는 명칭도 있습니다.
중추신경 자극제 계열의 마약으로
마약을 투여하면 뇌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호르몬(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우리 몸은 도파민의 양을 조절하려고 하는데,
마약 때문에 도파민을 재흡수하거나 제거하는 기능이 억제되면서
뇌세포와 중추신경계가 뇌 손상을 입게 됩니다.
“마약 투여는 노트북에 1만 볼트의 전압을 흘려보내
전자회로를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의윤 선생님은 마약의 위험성을 이렇게 묘사하셨는데요,
뇌를 파괴할 만큼의 쾌감이 지나가고 나면 극도의 우울감과 허탈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전전두엽이 통제 기능을 잃으면서 판단력이 떨어져
쾌감을 좇아 약물에 점점 더 깊이 탐닉하게 됩니다.
특정 약물을 반복해서 쓰면 내성이 생기죠.
마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효과는 떨어지고, 도파민 수용체의 작용이 손상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마약으로 손상된 뇌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인간의 뇌는 25세 무렵에 완성되는데요,
뇌가 완성되기도 전에 손상되면 뇌 발달이 늦어지고
전두엽의 부피가 감소해 충동조절장애나 통제력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죽은 뇌세포는 살아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독 물질을 완전히 끊고 9개월 정도가 지나면
살아 있던 뇌세포가 다시 성장하고,
3년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복구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약으로 인한 뇌 손상은 영구적이다,
마약을 끊더라도 완벽히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마약에 중독되면 만성적인 카테콜아민(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등의 총칭) 부족으로
어떠한 즐거움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한번 파괴된 뇌가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는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리라고 생각됩니다.
‘공부 잘하는 약’ 메틸페니데이트 부작용
왜 하필 학원가에서,
왜 하필 메가ADHD라는 수상한 이름을 달고 나타났을까요?
ADHD 치료에는 뇌가 깨어 있도록 하는 약물이 쓰입니다.
예를 들면 ‘메틸페니데이트’가 그런 치료제인데요,
뇌에서 주의력과 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해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약이 미국에선 ‘스터디-드러그(Study-drug)’, 우리나라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가 ADHD 약을 먹고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이자
그 효과를 기대하고 오남용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먹어도 눈에 띌 만큼 학습 능력에 향상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두통, 불면, 불안, 복통, 시야 흐림, 어지러움과 같은 부작용이 더 많이, 더 심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드물지만 심하면 환각이나 망상, 뇌전증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먹더라도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겨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집중력 향상 음료는 없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식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 중에 ‘집중력 강화’는 없습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의약품도 없습니다.
인정받은 기능 가운데 ‘기억력 개선’과 ‘인지능력 개선’이 있지만
집중력을 높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뇌 영양제, 기억력 영양제, 집중력 영양제
이러한 제품을 많이들 검색해보실 텐데요,
어떠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효능이 있다거나
인정받지 않은 기능(집중력 강화)이 문구로 적혀 있다면
허위·과대 광고입니다.
또 기능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도 체질에 따라 부작용을 보일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